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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탐라애사(耽羅哀史)

탐라애사(耽羅哀史) (1)

제주도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 야자수와 열대 과일들의 산지? 이국적인 풍경의 관광지? 특별자치도라는 권한이나 근래의 도지사 소환같은 정치적인 이벤트?
제주도는 언제부터 우리나라의 영역이었을까? 왜 제주도민들은 아직도 내지인과 외지인을 구별하고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제주도 곳곳에 세워져 있는 망대들은 왜 북쪽을 향해 있는 것일까? 제주도의 언어는 왜 표준어와 이렇게도 다른 것일까?

어릴때 제주도에 처음 가봤을때, 가이드가 강조하던 것이 있었다.
제주도의 도는 한자로 섬도(島)가 아니라, 행정구역을 의미하는 길도(道)라는 것이었다. 제주도는 하나의 섬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엿한 하나의 자치단체라는 의미였다. 이 말을 들으면서 느꼈던 것은 그들의 열등감이었다. 제주도의 도를 섬도로 사용하면 우도 등의 부속도서를 제외한 지리적인 명칭이 되는 것이고, 길도로 사용하면 부속도서를 아우르는 행정적인 명칭이 되는 것인데, 굳이 섬도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이 그렇게 느껴졌던 것이다. 제주도가 군에서 승격된 것이 1946년의 일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50년이 지나도록 이들은 "제주도는 濟州道"를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가이드는 제주도의 크기를 묘사하면서도 "서울의 3배"라면서 뿌듯해 했었다. 서울이 큰 도시이긴 하지만, 그 면적이 큰 것이 아니라, 인구나 경제, 문화 등이 큰 것이다. 서울이 아무리 커봤자 시(市)에 지나지 않는데 도(道)단위 행정구역이 면적으로 시를 앞서는것 자랑스러워 한다는 점이 참 이상했다.

서울로 학교를 다니면서, 제주도 출신의 친구들도 만나게 되었다. 경상도나 전라도, 강원도 친구들과 달리, 이들은 거의 사투리를 구사하지 않았다. 한번은 그 친구에게 사투리를 한번 써보라고 했는데, 쑥쓰러워하면서 짧은 몇마디를 하였으나, 이질감이 심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우연히 그 친구가 동향사람과 통화하는 것을 들었을때, 나는 한마디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후, 회사 사람들과 제주도를 여행했을때, 한 할머니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열심히 설명해주려고 하였으나, 한마디도 이해할 수 없었던 기억이 한번 더 있었다.

제주도를 답사 목적으로 방문했을때, 가장 충격적으로 느꼈던 부분은, 망대들이 북쪽을 향해서 지어졌다는 것이었다. 망대라는건 흔히 적이 침투하는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며, 그동안 봐온 우리나라의 망대들은 일본이 침략하는 남쪽이나, 몽골, 여진 등이 침략하는 북쪽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제주도의 망대들은 한반도가 위치한 북쪽을 향하고 있었다. 결국 제주도의 적은 한반도였다는 것이다. 이 망대들은 제주4.3사건당시 지어진 것으로, 4.3사건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던 나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답사를 계획하면서 알아본 여러가지 자료들을 정리해서 하나의 글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제주도는 얼마나 우리와 다른지, 언제부터 한민족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인지, 일본이 강점하여 동화시키고 있는 오키나와와는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면서 글로 정리해 나갈 것이다. 제주도 민중의 슬픈 역사가 세상에 조금이라도 더 알려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