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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

피로스 왕 연대기 (1) 왜 피로스인가?

로마와 카르타고 사이에는 세 차례의 포에니 전쟁이 벌어졌다. 제2차 포에니 전쟁을 매듭지은 자마 전투의 이후,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과 그에게 승리를 거둔 로마의 장군 스키피오가 우연히 로도스 섬에서 만났다. 스키피오는 연장자인 한니발에게 경의를 표하고, 정중히 물었다.

"우리 시대에 가장 뛰어난 장수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한니발은 즉석에서 대답했다.

"마케도니아의 왕 알렉산드로스요. 페르시아의 대군을 소규모 군대로 무찔렀을 뿐 아니라,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경계를 훨씬 넘어선 지방까지 정복한 업적은 실로 위대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소."

스키피오가 다시 물었다.

"그럼 두번째로 뛰어난 장수는 누구입니까?"

"에페이로스의 왕 피로스요. 그는 우선 병법의 대가요. 그리고 숙영지 건설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인식한 사람이기도 하오."

스키피오는 다시 질문을 계속했다.

"그렇다면, 세번째로 뛰어난 장수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카르타고의 명장은 이 질문에도 주저없이 대답했다.

"그건 물론 나 자신이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이 말에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만약 그대가 자마에서 나에게 이겼다면?"

한니발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내 순위는 피로스를 앞지르고 알렉산드로스도 앞질러 첫번째가 되었을거요."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는 티투스 리비우스의 로마사에 등장하는 이 에피소드를 알렉산드로스가 로마로 진군했다면? 이라는 가정을 위해 소개했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에페이로스의 왕 피로스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다.

피로스는 영어로 Pyrrhus 또는 Pyrrhos, 우리말로는 퓌로스, 피루스, 퓌루스 등으로 불리운다.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에 등장하는 주인공 중 하나이기도 하며, 로마의 군제를 개혁한 집정관 가이우스 마리우스(Gaius Marius)와 비교되는 그리스의 명장이다.

포에니 전쟁의 명장인 한니발이 모범으로 삼았을 만큼 병법의 대가였다는 피로스 왕은, 그러나 알렉산드로스나 한니발과 달리, 뚜렷한 전공을 세우지 못하고 역사에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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