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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

삼국시대, 촉오동맹은 위나라와 맞섰는가

삼국지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오나라가 촉오동맹을 깨고 여몽을 보내 형주를 급습하여 관우를 죽이는 장면이다. 적벽대전에서 위나라에 맞서며 공고해보였던 촉오동맹은 이후 이릉대전을 통해 허상이었음이 드러난다.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가 모두 죽고 나서 제갈량의 주도 하에 휴전에 들어가고, 다시 위나라라는 공동의 적을 향해 화살을 돌리지만 두 나라는 전과 같이 진심을 다해 협력할 수 없는 사이가 된다.


그런데, 과연 촉나라와 오나라가 힘을 계속 합쳤으면 위나라를 물리칠 수 있었을까? 제갈량의 천하 삼분지계대로 거대한 세 나라중 두 나라가 힘을 합쳐 나머지 한나라를 몰아낸다는 발상은 언뜻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촉나라와 오나라의 국력은 위나라의 그것에 비할바가 못된다.



일반적으로 그려진 삼국지의 세력 판도. 이 지도만 보면 얼핏, 오나라나 촉나라의 세력이 각각 위나라와 맞서는 것처럼 보여진다.



조금 더 현실적인 지도. 여전히 오나라의 영토 면적이 엄청나게 넓고 위나라와 면적이 대등한 것 같지만 이 지도에는 지형이 표시되어 있다. 촉나라는 대부분이 산악지형, 오나라는 영토는 매우 넓지만 등장하는 지명이 위나라에 비해 매우 적다. 오나라의 광대한 영역에는 왜 도시가 하나도 없는가? 아래 한나라의 지도를 보자.



삼국시대 이전의 한나라 강역도. 실질적인 지배가 미치는 지역만 진한 색으로 표시해 두었다. 지도를 보면 오나라의 수도 건업과 형주가 있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부의 지배가 미치지 않는다. 이 지역에는 산월족이라는 이민족이 세력을 이루고 살고 있었는데, 이들은 한족과 명백히 구분되는 어느 민족이라기 보다는 산악지대에 살던 수많은 부족들 혹은 한족을 일컫는 통칭이다.



또한 오나라의 남방 영토인 교주는 중앙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해서 끊임없이 반란이 일어나는 지역이었으며 형주는 위와 촉과 분할지배하는 상태가 길었다.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났던 지역이다.


이러한 점은 촉나라도 마찬가지이며, 산악지대가 대부분이라 큰 도시가 많이 있을 수 없고 익주와 한중 일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척박한 산악지대인데다가 서로 남으로 이민족들이 준동하고 있었다. 지도에 포기된 강역이 모두 촉나라라고 할 수 없는 상황.



황하 유역의 광대한 화북평야를 모두 차지한 위나라와 양쯔강을 따라 동단의 땅 일부를 차지하고 그나마 남은 평야지대인 형주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는 오나라, 온 국토가 산악지대이고 성도 주변의 작은 땅과 한중만 차지해서 산악지형을 믿고 은거한 촉나라는 애초에 국력의 규모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영토를 면적으로 표시하는 것보다 삼국지 게임에서처럼 장악하고 있는 도시의 목록으로 표시하는 것이 세력의 균형을 좀더 쉽게 알 수 있게 하기도 한다.



이것이 촉나라와 오나라가 동맹을 깨면서까지 형주에 집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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