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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

피로스 왕 연대기 (2) 배경 설명

고대 오리엔트와 소아시아, 그리스 지역의 패권은 긴 시간동안 페르시아의 아케메네스 왕조에 있었다. 그리스 지역에서는 아테네와 스파르타, 테베 등의 도시국가들이 난립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아케메네스 제국의 왕, 다리우스 1세의 침공에 맞서 연합해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으나, 결국 분열되어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벌어진다. 이 사이 그리스의 패권은 마케도니아에 넘어간다.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2세는 카이로네아 전투에서 승리하여 그리스 세계의 패권을 손에 쥔다. 기원전 337년 겨울, 스파르타를 제외한 모든 그리스 국가들과 마케도니아는 코린토스 동맹을 맺고, 의장으로 필리포스 2세를 인정한다. 코린토스와 테베, 암브라키아의 3개 도시에는 마케도니아 군대가 주둔한다.

기원전 336년, 필리포스 2세는 암살당하고, 그의 아들 알렉산드로스 대왕(기원전 356년 ~ 기원전 323년)이 코린토스 동맹을 이어받는다. 그는 페르시아의 아케메데스 제국을 침략하여 다리우스 3세를 폐위하고 제국을 멸망시킨다. 그리고 기원전 326년, 알렉산드로스는 세상의 끝에 가고싶었던 자신의 대망을 따라 인도 정벌을 계획하고, 북인도 지역의 펀자브 지방을 공격하지만, 병사들의 탈주와 반항이 잇따르자 결국 북인도의 지배자였던 난다왕조의 다나난다 왕의 군대와 맞닥뜨려보지도 못한 채 회군한다. 그리고 원정에서 걸린 열병으로 기원전 323년, 사망한다. 알렉산드로스의 사망 이후 그의 대 제국은 카산드로스의 마케도니아 왕국, 페르시아의 셀레우코스 왕조, 이집트의 프롤레마이오스 왕조, 소아시아의 안티노고스 왕조, 트라키아의 리시마코스 왕조 등으로 분열된다.

본디 마케도니아의 북부에는 일리리아가 있었고, 서쪽의 에게해 연안에는 몰로시아와 에페이로스가 있었다. 남쪽으로는 테살리아와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코린트 동맹, 스파르타와 크레타를 위시한 중립국가들이 존재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북쪽의 일리리아, 서쪽의 에페이로스, 남쪽의 스파르타를 제외한 모든 그리스 지역을 복속시켰으나, 그의 사후 코린토스 동맹은 사분오열된다.

그리스 북서부의 도시국가 에페이로스를 세운 사람은 몰로시아 최초의 왕 파이톤이라고 한다. 그러나 또 다른 설에 의하면 도도나에 유피테르 신전을 세운 데우칼리온과 피라가 몰로시아인들과 함께 에페이로스 지방에 정착해서 세웠다고도 한다.

훗날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가 이곳을 정복하고 식민시를 세웠으며 그의 후손들이 나라를 다스렸다. 그러나 후대의 왕들이 폭정을 일삼아 에페이로스는 보잘것 없는 변방의 소국으로 머물러야 했다. 이 나라 출신 중 처음으로 그리스 전역에 명성을 떨친 사람은 타리파스(Tharhyppas or Tharypus, 430~390 BC) 왕이었다. 타리파스 왕은 일찍부터 그리스의 앞선 문화를 받아들이고 나라의 법질서를 마련함으로써 왕국의 기틀을 잡았다.


타리파스의 뒤를 이은 알케타스 1세가 기원전 370년 사망하고, 그의 왕국은 양분되어 네오프톨레모스 1세와 아림바스가 나누어 다스리게 된다. 네오프톨레모스 1세가 기원전 360년 먼저 사망하자, 그의 영토도 아림바스가 함께 다스린다. 아림바스의 통치 하에서 몰로시아는 치세를 누린다.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2세가 강성하였는데, 아림바스는 네오프톨레모스 1세의 딸인 올림피아스를 필리포스의 4번째 부인으로 결혼시킴으로서, 결혼동맹을 맺는다. 필리포스는 아림바스를 폐하고 올림피아스의 오빠인 알렉산드로스 1세를 에페이로스의 왕으로 앉힌다. 올림피아스가 필리포스와 사이가 틀어져 친정으로 도망와 전쟁을 부추기지만, 알렉산드로스 1세는 오히려 필리포스와 올림피아스의 딸인 클레오파트라와 결혼하여 다시금 결혼동맹을 성사한다. 이 덕분에 훗날 올림피아스의 아들 알렌산드로스 대왕이 대 제국을 세울 때에도, 에페이로스는 원정에서 빗겨갈 수 있었다.

기원전 334년, 몰로시아의 왕 알렉산드로스 1세는 이탈리아 남부의 그리스 식민도시를 지원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넘어간다. 하지만 당시 성장하고 있던 로마는 알렉산드로스 1세의 침입을 격퇴하였고, 기원전 331년 알렉산드로스 1세는 전투에서 사망한다. 에페이로스는 이 시기에 비로소 몰로시아를 중심으로 뭉치게 된다.

알렉산드로스 1세의 죽음 뒤에 폐위되었던 아림바스의 둘째아들 아이아케데스가 즉위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사후, 분열된 마케도니아에서 올림피아스와 그의 손자 알렉산드로스 4세가 위험해지자, 아이아케데스는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케도니아로 진군하는데, 에페이로스인들은 이 사이에 봉기하여 아이아케데스를 내쫗고 마케도니아를 그들의 지배자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마케도니아의 카산드로스의 지배에 금방 질린 에페이로스인들은 아이아케데스를 다시 소환하여 왕위에 앉힌다. 카산드로스는 즉시 군대를 보내 아이아케데스를 죽인다. 에페이로스인들은 이어 아이아케데스의 형인 알케타스 2세를 소환하여 왕으로 추대하지만 그는 금새 카산드로스와 강화를 맺어버린다. 에페이로스인들은 그의 방종에 분노하여 반란을 일으키고 알케타스를 살해한 뒤 아이아키데스의 아들인 피로스를 왕으로 추대한다.